詩읽기·책읽기

돼지부속집/이영식

섬지기__황희순 2007. 3. 1. 22:14
        돼지부속집/이영식 


 

             폐차장 근처 돼지부속 집에 모인 사람들
          미션과 삼발이, 얼라이먼트, 캬브레타, 엔진...
          폐차의 주검을 수습하던 손으로 소주잔을 돌린다
          막창, 오소리감투, 갈매기살, 껍데기, 쌍발울..
          돼집부속 안주 삼아 한 저녁을 건너고 있다
          아줌씨 저 쌍방울이 뭐시당가요?
          비뚤비뚤 기어간 메뉴판 글발 놓고 던진 농지거리에
          아그야, 넌 불알도 모르것냐?
          어구 저 씨부랄 놈, 너그 집 죽은 시계불알이다
          기름때 절은 손으로 봄똥에 쌈장을 처바르던 사내
          돼지껍데기 뒤집듯 다시 한번 지글거리는데
          아줌씨 갈매기살이나 쌔려묵고 바다로 날아가볼까?
          저런 우라질 놈 생지랄하고 자빠졌네
          오소리감투 처먹고 목이나 콱 막혀 뒈져부러라!
          욕지거리도 매양 듣다보면 헛배가 부르는지
          그래 이왕지사 욕질 판에 감투나 한자리 써보자고
          그 오소리감투를 불판 위에 한 웅큼 올려보는데
          욕쟁이 아줌씨 뭇방치기로 한마디 더 쏘아댄다
          이눔아 난 오늘 새벽에도 돼지머리에 절 한자리 올렸다
          니놈들도 폐차 꽁무니에 대가리라도 한번 박아봐라
          불쑥 내민 홍두깨에 소주잔 꺾던 손이 뜨악해지는데
          야들아 오늘 우리 몇 대나 작살내브렀냐?
          오십 대냐? 백 대냐? 나는 누구의 부속(附屬)이었다냐?
          기름밥 먹는 우리 몸속의 부속들은 안녕하시당가?
          가슴에서 불알까지 손더듬이로 쓸어보는 사이
          돼지부속 집 금간 유리창에는
          오소리털벙거지 뒤집어쓴 고향 눈이 누덕누덕
          어둠을 깁고 들어서는 것이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