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부속집/이영식
폐차장 근처 돼지부속 집에 모인 사람들
폐차장 근처 돼지부속 집에 모인 사람들
미션과 삼발이, 얼라이먼트, 캬브레타, 엔진...
폐차의 주검을 수습하던 손으로 소주잔을 돌린다
막창, 오소리감투, 갈매기살, 껍데기, 쌍발울..
돼집부속 안주 삼아 한 저녁을 건너고 있다
아줌씨 저 쌍방울이 뭐시당가요?
비뚤비뚤 기어간 메뉴판 글발 놓고 던진 농지거리에
아그야, 넌 불알도 모르것냐?
어구 저 씨부랄 놈, 너그 집 죽은 시계불알이다
기름때 절은 손으로 봄똥에 쌈장을 처바르던 사내
돼지껍데기 뒤집듯 다시 한번 지글거리는데
아줌씨 갈매기살이나 쌔려묵고 바다로 날아가볼까?
저런 우라질 놈 생지랄하고 자빠졌네
오소리감투 처먹고 목이나 콱 막혀 뒈져부러라!
욕지거리도 매양 듣다보면 헛배가 부르는지
그래 이왕지사 욕질 판에 감투나 한자리 써보자고
그 오소리감투를 불판 위에 한 웅큼 올려보는데
욕쟁이 아줌씨 뭇방치기로 한마디 더 쏘아댄다
이눔아 난 오늘 새벽에도 돼지머리에 절 한자리 올렸다
니놈들도 폐차 꽁무니에 대가리라도 한번 박아봐라
불쑥 내민 홍두깨에 소주잔 꺾던 손이 뜨악해지는데
야들아 오늘 우리 몇 대나 작살내브렀냐?
오십 대냐? 백 대냐? 나는 누구의 부속(附屬)이었다냐?
기름밥 먹는 우리 몸속의 부속들은 안녕하시당가?
가슴에서 불알까지 손더듬이로 쓸어보는 사이
돼지부속 집 금간 유리창에는
오소리털벙거지 뒤집어쓴 고향 눈이 누덕누덕
어둠을 깁고 들어서는 것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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