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순 찾기
황정산
어디에도 없었다.
현대시학 어둑한 편집실에도
그 낡은 의자 위에도
상 받는 날 강당 안에도
꽃다발 속에도
권력자의 얼굴에 맥주를 들이붓고
하이힐을 벗어 무뢰배의 이마를 까도
그 손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고
누군가를 위해 주방에 서서
뒷모습을 보인 적은 있으나
돌아선 그녀는 그녀가 아니었다.
떨어진 벚꽃잎 위를 걷다
새벽안개 속에서 낚시를 하고
임강빈 선생 시비 앞에 잠시 머무르다 갔다고 하나
아무도 그녀를 본 적은 없다.
그래도
그녀는 있다.
“껍질만 남아 밀려다니다 사라” 진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마지막 남은 피를 꺼"내면
그녀가 온다.
*따옴표 안의 구절은 황희순 시인의 시 「수혈놀이」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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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사람> 2021. 여름.__[100호 기념특집, '시인이 시인에게']에서
**황정산 : 1993. <창작과 비평>으로 평론/2002. <정신과표현>으로 시 발표/저서 『주변에서 글쓰기』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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