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저녁의 이유/백인덕

섬지기__황희순 2020. 11. 30. 12:00

저녁의 이유

 

백인덕

 

 

생명이란 가벼운 것이라서

꿈이라도 무겁게 꾸자고

밥과 꽃, 칼과 촛대를

늘 머리맡에 두고 잔다

 

아침 약을

해 저문 뒤 먹고

모아두었던 기침을 풀어

흐린 들창이나 뚫는다

 

어디든 나서고 싶지만

어디든 가보고 싶지만

 

생명이란 오래 눌려 배긴 결대로

풀어지고 해지는 것

 

꿈이란 끝자리 미열에 지나지 않는다

 

 

__백인덕 시집 <북극권이 어둔 밤>에서

 

 

**백인덕 시인 : 서울 출생. 1991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한밤의 못질>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