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이유
백인덕
생명이란 가벼운 것이라서
꿈이라도 무겁게 꾸자고
밥과 꽃, 칼과 촛대를
늘 머리맡에 두고 잔다
아침 약을
해 저문 뒤 먹고
모아두었던 기침을 풀어
흐린 들창이나 뚫는다
어디든 나서고 싶지만
어디든 가보고 싶지만
생명이란 오래 눌려 배긴 결대로
풀어지고 해지는 것
꿈이란 끝자리 미열에 지나지 않는다
__백인덕 시집 <북극권이 어둔 밤>에서
**백인덕 시인 : 서울 출생. 1991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한밤의 못질>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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