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철수 시 3편
법정의자
삐그덕
앉으려다 넘어질 뻔했다
살찐 정신이 중심을 잃었다
뱃속에는 밥이 적어야 하고
입에는 말이 적어야 하며
마음에는 일이 적어야 한다
말씀이 목에 걸린다
살을 빼기에 앞서
마음을 덜어야 했다
마음을 덜어낸 후에야
거기
앉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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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등
소망을 띄우려면 때론
불살라지거나 침몰하더라도
발 구르지 앉아야 한다
생을 다해 타오르는 동안
비바람 눈보라를 이기고
허공으로 솟아올라야 한다
그러고도 한계에 다다랐을 때
추락을 두려워 않는
과감한 투신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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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
웃음의 밑거음이 눈물이라는 것을
열정의 그늘이 걷히고서야 알았다
애써 매달렸던 것들과 꿈이라는 분장을 위해
걸어두었던 시간과 흘려야 했던 눈물의 허상
희망을 버리고 현재에 집중하니 겨우
생살 찢어 피어오르는 웃음 봉우리
__문철수 시집 <세상은 한 번도 투명한 적 없다>
__문철수 시인 : 서울 출생/서천으로 귀농/시집 <바람의 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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