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쓰기

파리와 논 적 있다

섬지기__황희순 2016. 6. 30. 09:42


파리와 논 적 있다


황희순



  내 안에 들어앉은 재밌는 기억이 접으면 접는 대로 밟으면 밟는 대로 몸을 맡기던 그것이 요리조리 손아귀를 빠져나가며 꿈을 훼방했다 하여 꾸욱 납작하게 눌러 쓰레기통에 버렸다 버리고도 기어 나오면 어쩌나 안절부절, 쓰레기통을 비우고 나서야 안심했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엎드러져 있던 날, 파리 한 마리가 들어와 일거수일투족을 참견하기 시작했다 귓전을 자꾸 맴도는 그놈을 며칠 만에 기어이 두 손으로 압사시켰다 오래전 쓰레기통에 버린 기억이 되살아났다 죽은 것은 절대 꿈꾸지 않아, 한때 나는 파리와 꿈꾼 적 있다


__2016. 작가마당, 상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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