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苦海

섬지기__황희순 2014. 9. 22. 09:57

 

 

9월 17일 저승 간

두 살 아래 남동생 황헌식

비슷한 표정을 찾아 나란히 놓으니 닮았다

못난 코가 닮았고 입이 턱이 눈썹도 닮았다

우린 왜 똑같이 카메라 앞에서

환히 웃질 못하고 반만 웃었을까

어려서는 5남매 중 이 동생과 내가

엄마를 제일 많이 닮고 나머진

아버지를 닮았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셨다

마음이 모자라 살아있는 동안

다정하게 대해 주지 못했다

하지만 늘 염려하고 잘 살길 바랬다

이제 와 다ㅡ 무슨 소용 있나

속이 다 썩어 문드러져 없어진 줄 알았는데

썩을 속이 남아있다니...

속이 또 썩고 있다

밤새 약을 빌어 죽은 듯 잤다

눈을 뜨니 이미 날이 밝아있었다

이제 오늘부터 동생 없는 이 고해를 살아내야 한다

그냥 또다시 고갈된 힘을 억지로 짜내어

살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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