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공무도하記/정채원

섬지기__황희순 2014. 6. 18. 16:27

 

 

공무도하記

 

정채원

 

 

 

 

가는귀먹은 귀에 검은 이어폰을 꽂고

횡단보도를 건너간다

모자를 푹 눌러쓴 채 포장마차

오뎅 국물과 소주잔을 건너간다

얼얼한 목구멍으로 언 별을 잔뜩 삼키고

동짓달 그믐밤을 건너간다

은하수를 건너 건너

간신히 다시 밝은 아침

입안에 군별이 가득 들어있다

밤새 타들어가던 머리 풀어헤친 여인이

강을 건너간다

주머니에 돌멩이를 가득 채운 채

 

그대, 나를 건너지 마오

 

 

___정채원 시집 <일교차로 만든 집>에서

 

 

***정채원 시인 : 서울 출생/1996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나의 키로 건너는 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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