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한밤의 검객/하린

섬지기__황희순 2012. 12. 8. 20:48

 

한밤의 검객

 

하 린

 

 

 

 

다들 한칼씩 가지고 산다

슬픔이나 분노가 목 아래까지 차오를 때

칼 하나가 불쑥 대가릴 쳐든다

곤조 꼬라지 승질 지랄이란 말은 한칼의 이종교배

모든 아비와 어미에겐 한칼을 숨기는 기술이 있으니

그것은 오장육부 위장술이고

간장이 타들어간다는 말, 애간장 녹다의 근원이다

한밤의 검객들은 술만 취하면 심장 근처에 숨겨놓은 칼을 매만진다

그러니 변두리 술집엔 삼삼오오 모여 있는 巨事들이 있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

일생일대의 연애, 사업, 입사, 사표, 졸업 그리고 죽음.....

옥상을 밀어낸 사람은

만유인력법칙도 한칼임을 증명한다

변두리 독거노인이 연탄재를 바닥에 탁 내리꽂으며

부서진 잔해 위에 독한 가래를 뱉을 때

튀어나온 지랄 염병 오실할 놈은

가래와 욕의 동시성을 증명한다

칼은 비유나 상징이 아니다

直放이다 실체다*

 

*정진규의 시와 시론에서

 

 

 

__<시로 여는 세상> 2012. 겨울호에서

 

*****하린 시인 : 전남 영광 출생/2008. <시인세계> 등단/시집 <야구공을 던지는 몇 가지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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