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을 소비할 것
정숙자
길의 오른쪽은 홀수이거나 짝수다
길의 왼쪽 또한 홀수이거나 짝수다
페이지가 매겨진 건 아니지만
간기(刊記)가 묶인 건 아니지만
두 쪽으로 펼쳐져 역사를 운반하는
길
은 지금 내 오른쪽엔
가도-가도 신간(新刊)이다 개천이
꾸물대고
고가도로 희롱하는 뭉게구름
시시각각 윤곽을 점검하며
새롭게
신만이 시간에 난다
구애받지 않는다
일초일순
촉박할
수밖에 없는 나는 산책로에서 간신히
책을 읽다가 아하 내가 책갈피였구나
그렇다면 이 방대한 생존의 실록에서
길 좌우 쪽 녹슬지 않게 좀먹지 않게
*<시와 환상> 2011-겨울호
출처 : 맑고 따뜻하게
글쓴이 : 시인 정숙자 원글보기
메모 : 정숙자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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