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추월하기
정숙자
죽은 나무는 비로소 견고하다
죽은 나무는 죽었다는 사실이 어둡지 않다
다시는 죽을 뻔―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점에서 여유를 만난다
주검에게 주어진 최대가치와 최소공배수란 바로 이런 것일까
영원히 죽었다,는 자각
다시 죽지 않아도 됨이야말로
다시 살아야 해요―보다 몇 킬로그램 퀄리티가 높다
죽음에게 주어진 방점이란 뭐니 뭐니 뒤집어도
역시 완벽한 피리어드죠
와우 와우우 박장대소 일렁인다
어림없는 허리 지지하는 버팀목이
돌아가신 나무의 분절이라는 거, 하 고마운 아기가로수들
結을 草를 報恩을 용쓰며 바람에 실어 보낸다
기특도 하지 '鬼神'을 홀리다니!
결 깊은 주검들이 '정성껏' 묘목을 에워싼다
들뢰즈 만해 미당 보들레르 보르헤스…
소월 아크타가와 연암 융 청마 춘원 카프카 칸트…
무덤마저 지워진 종친들… 헤세 릴케 붓다
… 外서고書庫를 메운 그 나무들 사리舍利들의
―정언
절망도 열정이다 어떠냐 붉은 게 꽃이 아니면
어떠냐 푸른 게 피눈물이면! 멈추지 마라 눕지 마라
다시 죽지 않아도 될 세계로 직진/진입하라
ps:죽기 전에 죽어라 그리고 압도하라 체념/비관 따위
___<애지, 2011. 겨울>에서
***정숙자 시인 : 전북 김제 출생/1988년 <문학정신> 등단/시집 <감성채집기> <열매보다 강한 잎>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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