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밀물 외 1편/곽경효

섬지기__황희순 2011. 7. 22. 20:31

곽경효

 

밀물

 

 

 

나는 너무 무거워졌다

얼마나 많은 물이 내 몸속을 다녀갔을까

단단한 등뼈 사이에

두 손을 집어넣고 휘저으면

해초처럼 풀죽은 생애가 걸려 나올지도 모른다

심심하고 물컹한 바람이

 

 

침묵 속에 나를 감추어두고

오르지 못할 단애 하나를 세운다

 

 

시간이 갈수록

발목을 적시는

물, 물결의 소리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달의 정원

 

 

내 서늘한 정원에

사과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그곳에 잠시 기대어

보이지 않는 길을 더듬어본다

누군가 드나들던 흔적은 아무데도 없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나무의 늑골 사이에서 나는 오래 기다린다

바람도 비도 없는 밤 조금씩 살이 아파 온다

어둠이 사라지고 어느새 붉은 꽃물이 터진다

달이 나무 위를 걷다가

이내 서쪽으로 숨는다

 

황금빛 사과를 땄다

사과를 깎으며 기울어진 달을 본다

희고 둥근 침묵에 발을 담근 채

껍질을 쓰고 나오지 않는

나무 한 그루

 

___곽경효 시집 <달의 정원>에서

 

 

*곽경효 시인 : 전북 무주 출생/2005년 <시와시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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