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효
밀물
나는 너무 무거워졌다
얼마나 많은 물이 내 몸속을 다녀갔을까
단단한 등뼈 사이에
두 손을 집어넣고 휘저으면
해초처럼 풀죽은 생애가 걸려 나올지도 모른다
심심하고 물컹한 바람이
침묵 속에 나를 감추어두고
오르지 못할 단애 하나를 세운다
시간이 갈수록
발목을 적시는
물, 물결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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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정원
내 서늘한 정원에
사과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그곳에 잠시 기대어
보이지 않는 길을 더듬어본다
누군가 드나들던 흔적은 아무데도 없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나무의 늑골 사이에서 나는 오래 기다린다
바람도 비도 없는 밤 조금씩 살이 아파 온다
어둠이 사라지고 어느새 붉은 꽃물이 터진다
달이 나무 위를 걷다가
이내 서쪽으로 숨는다
황금빛 사과를 땄다
사과를 깎으며 기울어진 달을 본다
희고 둥근 침묵에 발을 담근 채
껍질을 쓰고 나오지 않는
나무 한 그루
___곽경효 시집 <달의 정원>에서
*곽경효 시인 : 전북 무주 출생/2005년 <시와시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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