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시인님/이영광

섬지기__황희순 2011. 6. 25. 08:41

시인님


이영광



시인님,이라고 쓴 소포들 책들
시인님,이라고 부르는
인터뷰어들
청탁 전화들

내 꿈꾸는 어질머리와
찢어지는 가슴
거친 발 중에

사타구니를 타고 오르는 벌레처럼
동냥그릇에 떨어지는 동전처럼
시인님은, 대체 무엇을 높이려는 말일까

시인님이 되느니
땅 끝까지 실종되고 말겠다
시인님이 되느니
살처분당하는 분홍돼지가 되겠다

높이지 않아도 시인은
만장(輓章)처럼 드높으므로
아무리 높여도 시인은
꿇은 상주(喪主)처럼 낮으므로

---2011. 봄호. <애지>에서

******이영광 시인 : 1998년 <문예중앙> 등단/시집 <직선 위에 떨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