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식탁/이윤학

버려진 식탁

 

이윤학




언젠가 식탁을 하나 샀다, 꽃병
속에 꽂혀 있던 꽃이 시들어
몇 차례 버려졌다. 그리고
꽃병 속에서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누군가에 의해 꽃병은 엎질러지기 시작했다.

처음, 의자에 앉아 저녁을 먹으며
무슨 얘기를 나누었던가.
식탁은 저녁을 위해 차려진 적이
있었다. 의자들은 이 방
저 방으로 흩어졌다. 벗어놓은 옷이
뒤집혀, 의자 위에 쌓였다.

한 방에서 일일 연속극이 시작되고
한 방에서 흘러간 노래가 흘러나왔다.

삭탁 위엔 신문지와 영수증,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 봉지가
올려졌다. 한 때는, 그곳에서 양파를 기른 적도 있었다.
양파 줄기는, 잘라내자마자 다시 자라났다. 점점 가늘어져
창문에 가 닿을 듯했다.

말라 비틀어진 양파 줄기 위에
더 많은 신문들이 던져졌고,
영수증과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봉지가 쌓여갔다.

검은 비닐봉지 속에서
많은 과일들이 썩어 나갔다.

어느날 저녁, 그것들을 들어냈다.
몇 해 전에 야유회에 가서 찍은 사진이 나왔다.
오래동안 유리 밑에 깔려 있었으나, 놀랍게도
사진 속의 얼굴들은 잔디밭에 앉아 웃고 있었다

 

**이윤학 : 1965년 충남 홍성 출생/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시집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