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안到彼岸
황희순
한 성직자가 2012년 대혼란이 올 거라며 높고 깊은 산골짝에 별장을 짓는다고 했다. 금성보다 큰 혜성이 다가와 지축을 돌려놓고 어마어마한 쓰나미가 지구의 반은 쓸어갈 거라 했다. 지구 종말이 온다 해도 우주를 말하자면 인간은 티끌만도 못할 터. 하지만 애인아, 우리 튀자. 46억 년 묵은 지구는 너무 지겹지 않은가. 종말이 오기 전에 푸른빛이 도는 젊은 별을 찾아 줄행랑치자. 40억 년 전 이미 우리 사랑은 삼엽충 DNA 속에 숨어 있었던 것. 그러니 애인아, 그 별에서 하루를 백년처럼 야금야금 파먹으며 한 만년 살자
___<정신과표현, 2009. 9, 10월>
___<2010 좋은 시, 삶과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