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나의 作詩戰 외 1편/정숙자

섬지기__황희순 2007. 5. 15. 07:42

 

 

아무도 들여다볼 수 없는

깊은 우주를 파고 들어앉은 시인

시를 읽는 일도 좋지만

시인의 모습을 보는 일도 좋다

 

정숙자

 

 

나의 作詩戰

 

 

 

내면이 정글이다

내면을 장악한 게 고통이라면 나는 그놈을 수렵할 것이다

관찰 해부 소화할 것이다

태양은 구름장 지우며 돌고 나는 바람 맞으며 탄다

모든 생명은 태양의 사리이리라

종이 위 낱낱 시어는 누군가의 심장을 말린 구슬이리라

눈물 통통 살 오르는 날 나는 물었다

우주시간 비추어볼 때 지구시간이란 얼마나 가비야운가

실존 또한 얼마나 짧은 끈인가

아끼지 않을 것이다

희귀한 놈 걸리면 더욱 예리한, 은밀/정밀한 칼질 필요하겠지

ok! 시간을 바칠 것이다

일필휘지 원치 않는다

시인에게 시는 여벌이 아닌

놓치면 죽을 수밖에 없는 나뭇가지이며 자양이며 비전이다

내가 바라는 시니피에는 이웃집 담벼락에 있지 않고 저자거리에 있지 않고 살갗에 있지 않다

인간을 소우주라고 칭한 바에야 자신 안에 잠복하고 응시할 테다

다작일 것도 없다

한편을 포획하는 데 평생을 기울인들 어떠랴

그놈이 바로 하늘을 훔친 그놈이라면

 

 

 

 

 

 

나의 作詩論

 

 

 

 

정녕 내세가 있어 다음 생 주어진다면

그때도 꼭 시인이고자 했던

바람의 막을 내린다

 

한생애를 오로지 시에 천착한 데 대한 형벌일까

 

어떤 길

무슨 일이 되었든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면

그 자체가 곧 시라는 걸 알게 되었다

 

---<현대시>2007.5.에서

 

 

정숙자 :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열매보다 강한 잎>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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