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향해 가는 발자국놀이 __황희순 시집 『수혈놀이』(애지, 2018) 김정숙(문학평론가, 충남대 교수) 황희순 『수혈놀이』의 시편들은 아슬함과 섬뜩함, 그로부터 야기되는 아릿함과 비릿함, 그리고 슬픔과 고통의 정서로 가득하다. 상처와 소통되지 못하는 상황, 그리움과 이루지 못한 회한의 표정들이 시어에 아로 새겨져 있다. 그 속의 작은 위로와 희망도 감지된다. 시인의 개인사적 아픔을 암시하는 사건으로부터 인간 존재의 근원을 묻는 끈질긴 질문들이 점증된다. 시어와 이미지가 멀리 떨어져 있는 속성들을 결합하면서 긴장감과 얼마간의 그로테스크함을 주조해낸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성질이 만나 긴장감을 형성하는 것, 좋은 시의 조건을 말한 I.A 리챠즈의 고전적인 ‘긴장 이론(tension the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