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스는 생존자들과 그 자손들이 체중, 날개 길이, 부척골 깊이, 그리고 부리의 길이와 높이, 폭이 더 크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부분 회귀 분석은 가뭄에 선택된 것들이 모두 똑같이 중요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프니 메이저의 그 끔찍한 가뭄 동안, 자연은 가장 강력하게 큰 몸집과 높은 부리를 가진 포르티스를 선택하고 있었다.
자연은 긴 부리를 선택하지 않았다. 긴 부리를 가진 포르티스는 가뭄에 특별히 유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연은 넓은 부리를 가진 새들을 거부하고 있었다. 따라서 높지만 상대적으로 좁은 부리를 가진 큰 새들이 선호된 것이다. 피터 그랜트는 이렇게 쓰고 있다.
"좁고 높은 부리가 트리불루스의 분열과를 찢고 비틀고 깨물어 씨를 빼내는 어려운 일을 수행하는 데 가장 좋은 장비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들은 가뭄에 기대어 커진 것이 아니다. 그들은 혁신되고 개량되었다. 그들은 죽은 새들에 의해 변화했다. 그들의 부리는 상실을 통해 형성되었다.
이 행성 안에 있는 대부분의 장소에서, 죽은 새들의 모습은 너무 드물어서 우리에게 충격을 주고 혐오감을 준다. 우리는 마치 우주의 뭔가가 잘못된 것처럼, 단단히 닫혀있어야 할 덧창이 덜컥 열려 우리 세계 뒤편의 그림자 세계, 우리가 보고 싶어하지 않는 세계가 드러난 것처럼 움찔했다.
그러나 황량한 섬인 대프니 메이저에서는 죽은 새들이 흔하다. 그들은 어디에나 있다. 화산암 위에는 항상 새의 가슴뼈와 부리가 달린 두개골이 흩어져 있다. 바다새의 전신이 아직도 날고 있는 것처럼 여기저기 몸을 쭉 펼친 채, 만물을 메마르게 하는 열기에 깃털을 단 파라오처럼 냄새도 풍기지 않고 미라가 되어 놓여있다. 각 세대는 추락한 곳에 놓여있고, 그 다음 세대가 앞선 세대의 폐허 위로 솟아오른다. 그들은 여기에서 삶뿐 아니라 죽음도 지켜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 듯 시체 안치소에서 부화하고, 토굴 속에서 짝짓기를 하고, 그들의 조상 옆에 드러눕는다.
진화는 죽음의 의미를 드러낸다. 비록 그 의미는 다윈이 갈라파고스에서 맛본 딸기류의 열매처럼 '시고 떫'지만 참새의 추락에는 특별한 섭리가 있다. 가뭄조차도 열매를 맺는다. 죽음조차도 씨앗이다.
__<핀치의 부리> 조너던 와이너 지음(p. 1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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