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비 부셔
백무산
사람들 붐비는 여행지에 가면
분주한 인파 속 어딘가에 그들이 있다
젊은 엄마 품에 안겨운 아이
눈이 부셔 자꾸만 엄마 가슴 파고드는
생애 첫 나들이 나온 아이
중년의 자식 부축을 받고 온 사람
눈이 부셔 자꾸만 눈이 감기는 사람
생애 마지막 여행을 나온 사람
아직 늙지 않은
헐거운 몸을 입고 홀로 온 여행객
왁자한 사람들 뒤편을 조용히 서성이는 사람
어느 밝은 날 당신과 함께 와서 행복했던 곳
살아온 날들 당신 때문에 아름다웠다고 눈부셨다고
함께 살아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그날 그 풍경은 꼭 챙겨가고 싶다고
그 마음 담은 편지를 남긴다고
긴 생애를 요약하고 싶은 사람
눈이 부셔 자꾸만 눈이 부셔
눈물이 흩어지는 풍경 속
마지막 외출을 나온 사람
여행지에 가면 나는 자주
여행이 눈이 부셔 사람만 보고 온다
____2016. 시에, 봄
____백무산 시인 : 경북 영천 출생/1984년 <민중시>로 등단/시집 <폐허를 인양하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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