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손
문정희
새것으로 다가온 사랑을 번번이 쭈그러뜨린
은박지처럼 차고 날카로운 손을 바라본다
비애의 염록소들이 마른 가지처럼 뻗쳐 있다
둔도로 내리치는 이 무거운 힘을
무엇이라 부르는가
그 힘으로 시 하나 낳으려고 끙끙거리는
천명을 모르는 작은 짐승을 시인이라 부르는가
사실 나의 손은 좀 미친 건지도 모르겠다
봄을 그렇게 다 날려 보냈다
그 아까운 입맞춤을......
나는 짚으로 만든 돼지(芻狗)일 뿐이다
다가오는 시간을 미래라 부르지 않고
비겁하게 노후나 여생이라고 부르는
아, 무산자의 더러운 가을이 오고 있다
*노자의 말 : 돼지(芻狗) : 중국에서 제사 때 쓰고 태워버리는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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