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는, 나로서는 아직은 모른다. 또 무엇보다도 '살아 왔다는 것'을, 한 울음에 담아 끼욱거리기라도 해보기는 해보아야 되는 것이다. 그러는 중에 날개가 지쳐, 내려앉은 곳이 불구덩이라고 하더라도, 어쨌든 한 번은 산 목청으로 울었다는 것을, 자신의 귀에라도 들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끼욱, 다만 한번 끼욱, 끼욱.(상권 마지막 구절)
** 지혜는 죽음의 인식으로부터 온다.
** 죽은 송장에게 무덤이 필요없을지도 모르지만 피 도는 몸에는 무덤이 필요하다. 거처가 없이 헤매던 세상이 모두 나의 거처인 듯하지만 그 세상의 어디도 또한 나의 거처는 아닌 것이다.
** 못다 부르고 간 노래는 언제 다 잠깨워 이승으로 불러 보내려느냐. 삶은 슬프지만 깊은 노래이거늘.
** 절름거리며 언어를 엎질러대던 혀가 짧아졌어도, 혀를 두레박으로 하여 퍼올려냈을 때보다도 더 많은 말이 어디엔지 괴어 올라와 있는 것처럼, 그러므로 빛이며 색깔이며 형상이며를 분별하던 저 안구가 파괴되어 버렸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리하여 내 자신만의 더 많은 내광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 한번의 잠입을 위해 전심전력으로 명상하여야 하며 한번의 사정을 한번의 죽음으로 치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 그 감촉의 색깔과 소리와 맛과 냄새와 그 느낌의 대소원근을 살피고 종합하여 하나의 금을 얻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박상륭 소설 <죽음의 한 연구>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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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장편소설 <죽음의 한 연구>는 웅장한 장시 그 자체였다.
소설을 읽은 후, 세상의 모든 詩는 물론 내 삶이 더 싱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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