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오리기

20090508 대청호 속에 잠겨 있던 내 고향/모교 법수국민학교

섬지기__황희순 2009. 5. 11. 12:37

 

 

충북 보은군 회남면 법수리/법수국민학교가 있던 자리

대청호 수위가 낮아져 참혹한 모습을 드러냈다

터는 그대로인데 다 어디로 사라졌나

 

 

 

 

 

흔적만 남은 꼬맹이 황희순이 자라던 법수국민학교

무럭무럭 자라는 우리들을 담고 이곳에

교사가 의젓하게 서있었다

운동장엔 훈화대가 예전 모습 그대로 있다

학교를 오가던 신작로엔 물이 철렁 고여 있고...... 

 

 

운동장 가장자리

옹기종기 모여 놀기 좋은 그늘을 만들어주던 플러타너스

무슨 일일까, 삼십년이 넘도록 

나무 밑둥이 아직도 그 자리에 버티고 있다니

 

 

이곳엔 운동장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고 양쪽에 이 기둥이 서 있었다

그 옆엔 작은 연못이 있어

겨울이면 얼음 위에서 미끄럼을 타며 놀았다

장난을 치다 연못에 빠지는 친구도 있었다

 

 

 

   30년 세월을 집어삼킨 대청호수는 잔잔한데

 내가 살던 집까지는 갈 수가 없다 길이 물가에서 끊어졌다

신작로에 서있던 미루나무가 미라처럼 한두 그루 물속에 아직도 서있다

그도 한이 많은 모양

꼬불꼬불 신작로를 따라 구렁고개를 넘고 또 

한참을 가다보면 법수리가 있었다

낮은 구릉만 남은 구렁고개가 멀리 보인다 

혼자서는 무서워 늘

숨이 턱에 차도록 달리고 또 달려 넘던 고개였다

 

 

 사십여 년 만에 훈화대에 섰다

꼬맹이 황희순이 애국가 조회시간에 지휘를 하던 곳이다

우등상도 받고 책읽기를 잘해 교장 선생님께 상도 받고

운동회 날 마이크를 잡고 풍금소리 따라 행진곡을 부르기도 했다

전교생이 꼬맹이 황희순의 노래에 발맞춰 행진했다

그 시절은 그랬다

모든 게 아날로그였다 

 

 

 교사 뒤 사택에는 승복이네가 살았다

승복이 아버지는 교감 선생님이셨다

교사가 서 있던 자리는 흔적도 없는데 사택이 있던 자리엔 

털썩 내려앉은 지붕이 남아 있다

그 애는 어디서 살고 있을까

친구들은 다 어디서 늙어가고 있을까

 

 

 

 

꼬맹이 황희순은 어디로 가고......

아~,

예나 다름없이 햇살은 여전히 눈부셔......

 

 

'풍경오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09.08.17
전주 덕진공원  (0) 2009.08.17
20090416 청원 허브농장  (0) 2009.05.06
눈 쌓인 길에  (0) 2009.01.18
200812.....갈매기가 미끼를.......  (0) 2008.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