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쓰기

파란불이 켜지지 않는 방

섬지기__황희순 2006. 8. 25. 08:55

   파란불이 켜지지 않는 방

   황희순



   오래 전 깨뜨린 유리컵이 방구석에 뿌리를 내렸다 잠자리에 들면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살을 찌르며 몰려다닌다 밤마다 오도가도 못 하는 피투성이 시간이 상처를 통과한다 팔다리 잘린 몸통이 어둠에 둥둥 떠내려간다 어디가 어딘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다 잠에서 깨어보면 눈을 부라린 유리조각이 내 목을 노리고 있다 매일매일 자라는 저 유리조각, 뽑아버리고 싶은 고장 난 신호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