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춤/박영근

섬지기__황희순 2006. 5. 14. 08:27

 

박영근

 

 

 

 

아플수록 몸은 눈이 밝아진다

 

열에 들린 몸이

꼼지락거리는 나무의 발가락을 본다

제 속을 날아가는 흰 나비를 본다

 

넋이야, 넋이야 출렁이는 피

 

열꽃이 터지는가

온몸이 근지러워라

다리며 허리

가랑이며 자지 끝까지

고름이 쏟아지고

몸 속 가지 가지마다 숨이 열리고

한 숨, 한 숨 돋아나는 물방울들

 

어디서 사과 익는 냄새

신 살구 냄새

물소리

물소리

달구나 거렁뱅이 바람에도

진한 살 냄새

 

아 뜨거운 몸이

한 발만 내디디면

그대로 춤이 될 것 같은데

허공에 피어

갖은 빛깔로

흐드러질 것만 같은데

 

 

*박영근 시인의 죽음을 애도하며/극락왕생을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