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쓰기

가슴에 난 길

섬지기__황희순 2006. 1. 30. 16:09

 

 

가슴에 난 길

황희순

 

 

 

 

바람은 소리가 없다


누군가 만났을 때 비로소 소리가 된다

소나무 만나면 솔바람 되고

풍경을 만나면 풍경 소리가 된다

큰 구멍을 만나면 큰 소리가 되고

작은 구멍을 만나면 작은 소리가 된다


아이가 찢어놓은 내 가슴은

바람이 없어도 소리가 난다

그곳은 아예 길이 나 있어

아버지도 그 길로 가고 친구도 그 길로 갔다

돌아올 길 없는, 피딱지 엉겨 붙은

내가 그린 그 길엔


바람 없이도 늘 소리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