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쓰기

데이지꽃 필 시간

섬지기__황희순 2022. 11. 1. 19:52

데이지꽃 필 시간

황희순



delete에 집착하는 내게 설렘 만지작거리는 그녀가
늑골 틈새 틀어막은 내게 거울 앞에 선 그녀가
꽃을 무시하는 내게 꽃향기에 손 뻗은 그녀가
눈물 글썽이는 내게 누군가의 웃음 그리는 그녀가
죽은 듯 멈춰선 내게 신호 위반하려는 그녀가
아무것도 아닌 내게 무엇이 되려는 그녀가

소곤소곤 귓속말하네

아주 쉽게 녹아내리는 입술
시작이고 끝인 그 벼랑은
아슬아슬한 빛을 품고 있지
스스로 그윽하여
거기한번 내디딘 혀는 영영
거둬들일 수 없지

봄내 부푼 데이지는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은밀히 꽃을 피우고


 __<다층> 2022.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