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불행/박경리

섬지기__황희순 2022. 5. 4. 20:49

불행

 

박경리

 

 

사람들이 가고 나면

언제나 신열이 난다

도끼로 장작 패듯

머리통은 빠개지고 갈라진다

 

사무치게

사람이 그리운데

순간순간 눈빛에서 배신을 보고

순간순간 손끝에서 욕심을 보고

순간순간 웃음에서 낯설음을 본다

 

해벽海壁에 부딪쳐 죽은

도요시의 넋이여 그리움이여

나의 불행

 

__박경리 시집 <우리들의 시간>에서

__박경리 : 1926~2008. 통영 출생. 대하소설 <토지>(1969.~1994. 26년 만에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