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쓰기
함정
섬지기__황희순
2019. 7. 8. 13:20
함정
황희순
출구를 찾고 있군. 길이 갈라질 땐 무조건 왼쪽으로 꺾어야 해 . 왼쪽, 왼쪽, 또 왼쪽, 그러다 보면 출구가 나올 거야.
넌 누구지? 밤의 수호신이 물었다. 나는 순백에서 왔다고 했다. 몹시 목이 마르지만 당신 뜻에 따라 이제 오른쪽으로 영원히 날아갈 거라고 했다. 상쾌함을 구하지 못했지만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의 강으로 날아가 달콤한 포만감을 마실 거라고 했다. 시냇물에 손을 담그고 익사한 자들의 꿈에서나 보일 법한 기묘한 광경을 바라볼 거라고 했다.
나는 진짜였나. 왜 끝까지 진짜에 집착했나. 아름다움이 넘치면 추한 것보다 정말 나쁠까. 쉽게 걸려든 덫은 마키아벨리적인가 악마적인가, 아님 천사적인가. 날씨는 왜 이 모양일까. 여긴 어딘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
*위 시는 영화 <클림트> 대사 참조.
__<작가마당> 2019. 상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