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쓰기
향어의 거울
섬지기__황희순
2018. 11. 27. 11:24
향어의 거울
황희순
우리가 물고기와 공감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노는
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낚싯바늘에 꿰어 물 밖으로 끌려나
온 물고기가 울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물속에 빠졌을 때 울
지 않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만만한 목숨이 어디 있겠는가
낚싯바늘에 끌려나온 향어가
눈을 휩뜨고 펄펄 뛴다
2만 년 전에도 낚싯바늘을 썼다는데
물고기로 사는 거 쉽지 않았겠다
삼키면 안 되는 미끼 곳곳에 있어
사람으로 사는 것도 쉽지 않아
세상을 안다고 뭐가 달라지겠니
속울음도 씹지 마라
울어서 해결될 일 있다면, 나
매일매일 울었을 거야
안됐지만 오늘은
내 살 위해
네 살이 필요해
*조너선 벨컴, <물고기는 알고 있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