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쓰기

Last Holiday

섬지기__황희순 2018. 2. 4. 11:05


Last Holiday


황희순



시간은 흐르고 시간을 따라 계절이 바뀌고

지친 거북이처럼 천천히 가기도 하지

가끔은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모든 것을 무시하고

삶을 뚫고 지나가기도 해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틀린 말, 상처를

아물게 하고 기억을 지울 뿐

더 나아지는 것은 없고 달라지는 것만 있지

우린 항상 무슨 일이 생기길 기다리며

가치 없는 일에 너무 매달리고 있어

두려운가봐, 그러니

‘태어나지 않는 게 최선이야, 세상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것만 모여 사는

고뇌하는 영혼과 악마로 가득한 지옥’*

아들아, 어미가 범죄를 저질렀구나

이런 망할 놈의 세상에 생명을 탄생시키다니

고뇌를 겪게 하다니

인생은 이유 없는 시작의 연속

반복되는 춤을 두려워하지만 않으면 돼

라라라, 멈추지만 않으면 돼


*쇼펜하우어.


※ 이 시는 영화 <Last Holiday>와 <안토니아스 라인> 대사 참조.




__2018. <리토피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