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쓰기
인생은 아름다워
섬지기__황희순
2017. 2. 7. 17:25
인생은 아름다워
황희순
몸속 깊이 우겨넣었던 발을 꺼내 옥상 난간에 세워두었다. 내려다보이는 골목 어디 잃어버린 길이 혹시 보일지도 모르지. 가까운 길도 뱅뱅 돌게 만드는 세상을 어찌 믿겠어.
조슈아*, 너는 아비를 믿은 거니?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란다. 동틀 무렵에만 지저귀는 새 소리 되새김질하며 저녁을 먹고 있었어. 시계 초침소리가 시끄러워 건전지를 빼버렸지.
그래도 옥상의 시간은 흘러가나봐. 소리를 죽이고 또 죽이고 자막만 읽어도 바스락바스락 잡음이 나. 귀를 틀어막아도 자꾸 들려. 숨어 흘러가는 시간이 비겁하게 발을 삼켜버렸어. 몇억 광년 너머, 작별인사도 없이 사라진 내 아이 찾으러 가야 하는데, 어쩌지?
어여쁜 조슈아, 이건 게임인 거야. 그래그래, 인생은 아름다운 거라고 말했잖니.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주인공 아이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