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쓰기

고추잠자리의 거울

섬지기__황희순 2016. 5. 23. 12:33


고추잠자리의 거울


황희순



앞차에 부딪친

흘레붙은 고추잠자리

수컷 머리가 뎅겅 잘려나갔다

동반자살을 꿈꾼 건 아닐 터

암컷이 수컷을 몸에 붙이고

보닛 위에서 몸부림을 친다

아무리 그래도 훔켜쥔 목덜미

순순히 풀어줄 리 없지

그것이 외로움의 뿌리

지천에 널린 암수사랑법이다

신호대기 중인 나는 구경꾼

악다구니하는 너희를

눈앞에 두고

액셀을 밟아야 한다

4초, 3초, 2초, 1초,



<시작노트>

왜 하필 너는 그곳에 있었던 거니. 아니, 하필 나는 왜 그곳을 지나가게 되었을까. 도대체 너와 나의 거리는 누가 조종하는 걸까. 1초를 정지시켜 나노초로 쪼개어 들여다보면 보일까.




___2016. <시에>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