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한라산을 넘으며/정바름

섬지기__황희순 2015. 12. 10. 20:11

 

한라산을 넘으먀

 

정바름

 

 

 

 

만년 돌밭길 지나

돌밭으로 이어지는 산길

산죽은 사철 푸르고

주목은 천년 제자리인데

 

벗이여, 너는 왜 '너'이고

나는 왜 '나'인가

 

안개 자욱한 진달래밭 대피소엔

태생을 까마득 잊어버린 채

육개장 사발면에 눈독들이고

종일 사람 곁을 배회하는 까마귀떼

 

벗이여, 까마귀는 왜 까마귀이고

우린 왜 사람인가

 

그깟 사발면이나 탐닉하며

왜 비굴하게 사느냐 나무라면

사는 게 뭐 그런 거 아니겠냐고

까만 눈 지그시 내리감는

 

벗이여, 우리는 까마귀인가

왜 까마귀가 아닌가

 

 

 

***정바름 시인 :

     1964년 충북 영동 출생/1993년 <한국시> 등단>/시집 <사랑은 어둠보다 깊다>

 

 

*****<2015. 큰시동인 제25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