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간재미보살菩薩/김준기

섬지기__황희순 2014. 7. 13. 22:50

 

간재미보살菩薩

 

김준기

 

 

 

 

대천항 건어물전 좌판에

나란히 누운 간재미 형제들

배알이 찼던 자리를

저렇게 말끔히 비우기도 쉬운 일이 아니지

 

카누푸스 단지는 어이없고

간 쓸개 다 빼내어

갈매기 떼 아침 공양으로 내어준 후

죽어서도 눈웃음이 참으로 곱다

 

선사의 다비가 끝난 후

사리를 수습하는 학승처럼

선창가를 서성이다

바라본 서쪽바다

 

보아라

보름사리 황금노을

저 바다가 내 전신사리이다

속삭이는 간재미

 

*카누푸스 단지 : 이집트의 파라오를 미라로 만들 때 내장만 따로 보관했다는 단지.

 

 

___김준기 시집 <간재미보살>에서

 

 

***김준기 시인

     : 1958년 경기도 수원 출생/1977 '무풍지대' 동인으로 작품 활동 시작/시집 <반나절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