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변상증/백상웅

섬지기__황희순 2013. 9. 9. 18:33

 

변상증

 

백상웅

 

 

 

얼굴을 보았다. 어둠 깔린 벽에서,

벽에 걸려 흘러내리는 코트에서

이마에 대못이 박힌 얼굴을 보았다.

얼굴은 사소한 일에도 미간을 찌푸렸다.

눈썹 사이와 이마에 굵은 금이 갔는데.

나는 구부러졌으니까 망치질을 하고,

헐거우니 야밤에도 다시 못을 박으며

침실 벽에 끊임없이 얼굴을 걸었다.

떠나간 얼굴도 그리운 얼굴도 있었다.

살아남으려고 언제나 얼굴을 먼저 보았다.

언젠가 내가 아파 누워 있을 때,

얼굴은 고개 돌려 컴컴하게 함께 흐느꼈다.

나는 이마를 벽에 대고 서늘하게 눕는다.

내가 그간 두드린 저편의 진동이 찾아온다.

얼굴은 끝내 하나의 얼굴을 닮아갔다.

 

___<신생> 2013. 여름

 

___백상웅 시인 : 1980 여수 출생/2008. <창비>신인시인상/시집 『거인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