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아라리가 났네/박진성
섬지기__황희순
2013. 2. 18. 18:48
아라리가 났네
박진성
아라리가 난거랑께 의사 냥반, 까운에 환장허겄다고 달라붙는 햇살이 아라리가 나서 꽃잎을 흔들자뉴 오메 발병(發病) 원인은 불안 강박 우울 공황 발작, 이런 게 아니라 아라리가 나서 그렇탕께 왜 심전도는 찍자 그러능규 술판서 언 눔이 아리랑을 불러 재끼는디 아라리가 헉 하고 피를 토해내능규 복분자가 요강을 뒤집어엎는 것 맹기루 아라리가 내 몸도 이렇게 뒤집어서리 환장허겄다고 나도 아라아리가 나아안네 부르고 있는디 내 몸이 꽃이파리마냥 바르르 떨고 있는디 그 냥반들이 응급실에다 나를 쳐넣은규 숨이야 아라리가 쉬겄지 심장이야 지 혼자 팔딱팔딱 하는 거구 긍께 의사 냥반 이 담에 병원 와서 불안하고 우울하담서 뒤집어 자빠진 사람 있으믄 아리랑 한번 불러주슈 아라리 땜시 잠시 잠깐 그랑깅께, 저 꼰잎에서 주르륵 미끄러지는 아라리 몸 좀 보소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나믄 아라리 한번 재껴부리믄 돼쥬, 나 갈라유!
● 박진성-1978년 충남 연기에서 태어남. 시집 『목숨』, 『아라리』, 산문집 『청춘착란』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