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01 상주 백화산 반야사를 돌아 천년 옛길 물길 따라
가을이 터질 듯 부풀었다
모처럼 여행을 떠났다
백화산 아래 반야사를 끼고 도는 석천
문수전 가는 길에, 이건 또 뭔가
옹이가 꼭 나무늘보 얼굴 같다
사람들은 늘 무슨 소망이든 품고 산다
그 소망이 작은 돌탑을 수없이 만들어놓았다
조약돌 줍던 그 손길들에 축복 있으라
세상만물은 이토록 평화롭게 시간을 따라 흘러가는데
내 속은 왜 이리 시끄러운 건지
이건 묘기다
큰 돌을 작은 돌 위에 얹어놓았다
이 돌탑을 쌓은 손길은 무슨 아슬아슬한 소망을 품고 있었을까
위험한 소망도 소망은 소망이니
그 손길에도 축복 있으라
절벽 위에 아득하게 서 있는 반야사 문수전
문수전 맞은편 산은 저승골이란다
몽골군이 전투에서 무수히 죽었다는...
깊은 역사적 이야기가 있다는데 나는 솔직히 관심이 없다
반야사를 끼고 도는 석천__문수전에서
문수전에서 내려다본 가을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듯 뒤를 돌아보고 있다
나를 보고 있다
반야사 문수전에서 시작도 끝도 없는 듯 절을 올리고 있는 아낙의 뒷모습이
왜 눈물겹게 느껴지는 걸까
문수전 창밖 동자승, 절 올리는 아낙을 지키는 듯......
문수전 아래 물길은 시끄러운 사람들의 모든 소망을 품고도 이렇게 고요하다
이건 연리지 비슷하지만 연리지는 아니다
한뿌리에서 나와 따로 살다 다시 만났으니 연리지보다 더 기구한 운명이다
나무가 험상궂은 돌을 품고 산다
살을 파고들어 한몸이 되었다
사람이 한 짓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하필 그곳에 뿌리를 내린 탓이겠지
이 또한 나무의 운명이니 견디며 살 수밖에.....
반야사 맞은편 산 너머 천년 옛길을 걷고자
아슬아슬 밧줄을 잡고 구수천 징검다리를 건너
물길을 따라 이어진 밤나무 숲길
한참을 가다보니 이런 출렁다리도 있고....
출렁다리 위에서 본 구수천
이건 죽음의 빛깔치고는 너무 곱지 않은가
산이 높아 해가 일찍 저승골을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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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 우매리 백화산에 있는 절.
대한불교조계종 제5교구 본사인 법주사의 말사이다. 720년(성덕왕 19) 의상(義湘)의 제자인 상원(相願)이 창건했다고 한다. 1325년(충숙왕 12)에 중건했으며, 1464년(세조 10)에 왕의 허락을 받아 크게 중창한 뒤 세조가 대웅전에 참배했다. 이때 문수동자가 세조를 절 뒤쪽 계곡인 망경대(望景臺) 영천(靈泉)으로 인도해 목욕할 것을 권했고, 황홀한 기분으로 돌아온 세조가 어필(御筆)을 하사했는데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현존 당우로는 대웅전·요사채 등이 있으며, 대웅전 안에는 탱화(幀畵) 6점이 봉안되어 있다. 이밖에 3층석탑·부도·목사자·청기와·법고·범종 등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