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쓰기

여기가 어디일까요

섬지기__황희순 2012. 6. 14. 21:11


  여기가 어디일까요

   황희순


  너고생들식길라고미리간다/차가지고단이는애들놀내장게전아하지마라/서라비돈심만언잇으니생일날애델리고마신는것사머거라/내가잘못한것용서해라/너는너의남편이잘하니나나가면방에서한번궁그러라*

   글을 써본 적 없는 여든다섯 엄마가 며느리에게 삐뚤빼뚤 유서를 썼습니다. 매일 먹는 약 중 수면유도제만 모았다가 한입에 털어 넣고 하루를 꼬박 잤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엄마가 모처럼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래두 고생 들하고 죽어서 다행이여.
   가랑잎 같은 엄마 손을 잡고 내가 물었습니다.
   엄마 죽었어? 저승이야? 그래서 지금 무릎 안 아퍼?
   응, 시상 안 아퍼. 죽었응께 안 아픈 거 아녀? 너는 근디 원제 옹겨. ……. 얼레, 여가 워디여?

   여기가 정말 어디일까요
   정말이지 여기가 어디일까요, 엄마!

 *장례식 끝나고 바로 시체가 있던 방에서 뒹굴면 두려움이 없어진다는 속설이 내 고향에 있었다.

__《시와시》 2012.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