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동행/김승기

섬지기__황희순 2011. 12. 20. 17:55

동행

 

김승기

 

 

 

나목裸木이

무너지듯 기댄다

 

옆에 있던 헐벗음이

그 무게를 온전히 받는다

 

자신도 고개 떨구고

못내 같이 기댄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은 서로의 상처를 핥고

 

그렇게 겨우

새살 돋은 아침

 

자신의 무게를 빼내어 절룩절룩

다시 세우는 길

 

그래그래, 뒤돌아보지 않기

자꾸 돌아보며 울지 않기

 

___김승기 시집 <驛>에서

 

 

***김승기 시인 : 경기 화성 출생/시집 『어떤 우울감의 정체』/『세상은 내게 꼭 한 모금씩 모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