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이명耳鳴 4/정바름
섬지기__황희순
2011. 12. 9. 21:43
이명耳鳴 4
정바름
4천 헤르츠의 음역이 교란되고 있다
이승과의 교신이 한결 어려워졌다
같은 말을 되묻거나 없는 소리마저 듣는다
마흔몇 해를 살아오는 동안
너무 많은 걸 들었던 탓이다
소리는 소리에 그치지 않고
말까지 어눌하게 만들었다
잡된 생각을 일으켜
어디론가 나를 끌고 다닌다
목숨 거두어 가듯 소리를 거두어 가는
거기, 소리 없는 소리의 세계
새벽 미명에 귀를 쫑긋 세우고
저승에 주파수를 맞추어 본다
이승을 빠져나온 소리들이
어지럽게 허공을 떠다닌다
이승과 저승이 하나로 뒤엉켜
나는 어디로 풀어진 걸까
순명(順命)을 알지 못하는
내 귀는 탁하다
___2011. 큰시 제21집 <한 달만 시인>에서
***정바름 시인 : 1964년 충북 영동 출생/1993년 '한국시' 등단/시집 <사랑은 어둠보다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