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새한테 욕먹다/고진하

섬지기__황희순 2011. 7. 22. 22:46

새한테 욕먹다

 

고진하

 

 

 

산호수나무 꼭대기에서 우짖는

저 쬐고만 새,

시발시발시발.......

누굴 욕하는 것 같다.

짝짓기 철이라 저리 운다는데

짝 찾는 소리치곤 참 고약타.

이젠 욕계를 떠난 고모부한테

평생 욕바가지로 살던

풍물시장 야채장수 고모 생각도 나지만

저 맑은 욕 먹지 않고

어찌 세상이 맑아지며

만물의 귀가 파릇파릇해지겠는가.

귀 있는 자는 들으라

시발시발시발......

저 욕 한 사발 먹고 오늘 아침은

밥 안 먹어도 배부르나니.

 

____고진하 시집 <거룩한 낭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