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쓰기

아무것도 아닌

섬지기__황희순 2011. 5. 3. 22:37

 

    

    아무것도 아닌

   황희순



   청개구리 날개는 언제 사라졌을까

   사람의 꼬리는, 너를 그리워하던 마음은

   언제 슬며시 사라진 걸까

   쥐똥나무 울타리에서 청개구리가 운다

   저거 무슨 새 소리야?

   지나가는 아이가 제 어미에게 묻는다

   글쎄, 무슨 새지?

   저렇게 우는 새가 있었나 생각하다 나도 그만

   새소리로 듣는다

   손톱만한 초록색 등에 노란 날개를 그려 넣는다

   그러니 얘야, 새로 알고 자라도 괜찮단다

   태초 우린 모두 한 점에서 시작한 생물이니

   뭐라 부른들 어떤가

   서로서로 이름 없는 아무것도 아니어서

   마주본 적조차 없으므로

   사라진 것도 사라지지 않은 것도 아니다

   날개를 꼬리를 마음을 몸속에 사려두고

   억겁을 피고 또 지면서

   제 목소리로 출렁이고 있을 뿐이다

 
    __《우리시》 20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