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쓰기
오류
섬지기__황희순
2011. 5. 3. 22:29
오류
황희순
이메일 끝줄에 희순을 흰수로 잘못 타이핑해 놓고 원수로 읽는다 취기 때문이 아니다 식어버린 마음 때문만도 아니다 우리의 시절인연이 다한 걸 몸이 먼저 알아차린 거다 만날 기회보다 헤어질 기회는 드물게 오는 법
선수를 쓰는 거야 이 별에선 이별도 놀이다 네 몸을 통과한 순한 기억들을 한 문장씩 지우며 오타 흰수를 원수라고 또박또박 고쳐 쓴다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었던 네 이름이 툭 빠져나간다
우린 코드가 달랐다 막막한 길을 헤매다 발을 헛디뎌 잘못 스며들었던 거다 하여 서로 읽을 수 없는 비문이 되었다 그러니 원수에 밑줄 긋지 마라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처음부터 오자였으니
__《우리시》 20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