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내게 슬픈 연습/김상현

섬지기__황희순 2011. 3. 2. 13:23

내게 슬픈 연습

 

김상현

 

 

휠체어에 앉은 채로 어머니는

뜨락의 시든 꽃을 보시나 했더니

시든 꽃이 아니고

꽃가지에 드리운 향나무의 그림자를 보시나 했더니

나무 그림자가 아니고

건너편 산등선을 보시나 했더니

산등선이 아니고

그 너머 하늘을 보시고 있다

어머니는 티없이 맑은 하늘을

한없이 유영한다

오늘은 몇 길의 깊이만큼 더 가셨다 오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근래에는 자주

더 하늘 쪽으로 다가가는 연습을 하는 날이 많아지셨다.

 

___김상현 시집 <근황>에서

 

***김상현 시인 : 1947전남 무안 출생.1992년 <시와시학> 등단/시집 <노루는 발을 벗어두고>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