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가릉빈가/손한옥

섬지기__황희순 2010. 10. 17. 22:48

   가릉빈가

 

   손한옥

 

 

 

   어머니를 땅에 묻고 집으로 돌아오니 창 옆에 한손으로 마지막 씻어놓고 간 신발이 있다 삭아서 더 말랑한 흰 고무신 한 켤레, 햇빛 속에서 얇은 양 날개가 팔랑거리고 있다 감자꽃이 피고 살구가 떨어지는 텃밭을 날던 어머니의 얇은 날개다 한 손으로 얼굴을 씻고 한 손으로 머리를 감고 뒤틀리는 다리를 쓸며 잠든 내 등을 흔들다가 다시 저린 다리로 돌아가던 어머니의 손들이 나팔꽃처럼 일어나 내 발목을 잡는다 뜨거운 날개다

 

   --어머니 이제 나를 밟고 날아오르세요

 

   절룩거리던 어머니 다리에 깃털이 돋는다 날개가 펄럭인다 푸른 보리밭을 차고 오른다 아 어머니, 붉은 새 한 마리 노을을 물고 하늘의 문을 열고 있다

 

 

--손한옥 시집 <직설적, 아주 직설적인>에서

 

*손한옥 : 경남 밀양 출생/2002 <미네르바> 로 작품 활동 시작/시집 <목화꽃 위에 지던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