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밤꽃이 필 때/복효근
섬지기__황희순
2010. 8. 26. 10:54
밤꽃이 필 때
복효근
앞집 장닭은 시도 때도 없이 울어서
날이 밝았겠거니 하고 일어나면
새벽 세시도 되고
네시가 되기도 했지요
유정란 먹겠다고 기르는 그 닭을
그러나 나는 모가지 비틀어
소주 안줏감으로나 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요
밤꽃내 진동하는 6월 어느날엔가는
동네가 떠나가도록
유난히도 울어쌓는 웬수 같은 그놈 때문에
웬인이랴 깨어서
우리 내외
뒤척이다 궁시렁대다 그만
갑자기 뜨거워졌겠지요
가끔은 아닌 밤에 꼬끼오
닭이 울어도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밤꽃내는 왜 스멀스멀
온 동네에 기어댕기던지요
___복효근 : 1991년 <시와시학> 등단/시집 <버마재비 사랑> <마늘촛불>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