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포장마차 국수집 주인의 셈법/배한봉

섬지기__황희순 2010. 6. 24. 18:21

포장마차 국수집 주인의 셈법

 

배한봉

 

 

 

바람 몹시 찬 밤에

포장마차 국수집에

허름한 차림의 남자가

예닐곱쯤 되는 딸의 손을 잡고 들어왔다

 

늙수그레한 주인이 한 그릇 국수를 내왔는데

넘칠 듯 수북하다

 

아이가 배불리 먹고 젓가락을 놓자 남자는

허겁지겁 남은 면발과 주인이 덤으로 얹어준 국수까지

국물도 남김없이 시원하게 먹는다

 

기왕 선심 쓸 일이면

두 그릇을 내놓지 왜 한 그릇이냐 묻자 주인은,

그게 그거라 할 수 있지만 그러면

그 사람이 한 그릇 값 내고 한 그릇은

얻어먹는 것이 되니 그럴 수야 없지 않느냐 한다

 

집으로 돌아오며 그 포장마차 주인의 셈법이 좋아

나는 한참이나 푸른 달을 보며 웃는다

바람은 몹시 차지만 하나도 춥지 않다

 

 

___(계간 <시작> 2010, 봄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