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당초문/이은채
섬지기__황희순
2010. 6. 24. 18:13
당초문
이은채
지난밤 꿈에 안동 봉정사 가서 봉정사 극락전 당초문 만져보고 돌아와 오래 숨겨두었
던 손가락을 꺼내 더러 문드러진 당초문 더듬거리며 다시 구불구불 짚어보네
긴 세월 더께 너머 만져보는 흐린 당초문 슬그머니 내 손끝을 불고는 무슨 주술처럼 읊
조리며 웅얼거리며 더듭 치잉칭 감아 오르며
손금을 뚫고 움찔, 움찔,
혈관을 뚫고 몸속으로 몸속 깊이 뻗어 오르는데
불현듯 어머니, 일평생 베갯잎에 소리 없이 번지네
인동초 그 줄기가, 뿌리가, 꿈틀거리며 시퍼렇게 되살아나 그 겨울 산악 뿌옇게 굽이치
며 뭉클 뭉클 만져지네
____이은채 시집 <북>에서
*이은채 : 충남 공주 출생/1997년 '심상' 등단/시집 <봄은 소주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