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쓰기

연리지連理枝가 있었다

섬지기__황희순 2009. 9. 24. 09:38

 


  連理枝가 있었다
   황희순


   몸이 딱 맞는 사내를 만난 적 있다. 그녀는 凹凸 같은 서로의 몸이 신기해 구석구석 들여다보며 찍어먹어 보기도 했다. 틈만 나면 그를 짚고 머리꼭대기까지 올라가 세상을 내려다보며 혼자 키들거렸다. 가끔 어긋나 비어져 나오는 살을 감쪽같이 도려내는 그는 뛰어난 조각가였다. 낮엔 새들이 밤엔 쥐들이 찰싹 붙어 다니는 그들 주변을 수군거리며 맴돌았다. 뜨거운 피를 나눠 마시고 온 날 밤 큰 쥐 한 마리가 그녀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그도 같이 넘어졌다. 밖을 향해 삐딱해진 옆구리가 서로 붙어있었다. 둘은 동시에 톱을 꺼내들었다. 그녀 옆구리 흉터를 본 적 있다.

--<시와정신, 2009,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