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쓰기

화려한 재회

섬지기__황희순 2009. 9. 24. 09:34

 

 


  화려한 재회
   __학공치 낚기

   황희순



   비껴가는 너를 낚기는 싫었다. 지느러미도 아가미도 아닌 학같이 어여쁜 고 붉은 입술을 원했던 거다. 세상사 언제 뜻대로 된 적 있었나. 너는 옆구리 꿰어 내게 왔다. 파들거리는 몸통을 움켜잡았다. 하초로 전해지는 탱탱한 감각이 시장기를 부추긴다. 우리 관계에 다행이나 불행이라는 상투적인 말은 쓰지 말기로 하자. 거친 파도를 견뎠겠지. 나도 너를 취하기 위해 피 튀기는 바람을 극복했다. 몇 生을 건너 이제야 기다리던 시간이 온 거다. 가을햇살 내리쬐는 방파제에 서로의 눈빛이 잠시 번뜩였던가. 한점 한점 한몸이 되어가는 뼈와 살을 갈매기가 기웃댄다. 달뜬 몸에 밀물 들다.

--<정신과표현, 2009. 9,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