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기·책읽기

先山을 오르며/정바름

섬지기__황희순 2009. 6. 25. 20:32

先山을 오르며

정바름

 

 

저 산이 아버지 같은 이유를 알겠네

육탈(肉脫)한 아버지의 뼈가 산을 떠받치고

세상의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이지

아버지는 저 품으로

헝클어진 뿌리를 보듬어 나무를 세워주고

다람쥐 같은 자식 몇을 키웠네

나무도 다람쥐도 사람도

모두 다 그 품에서 자랐으므로

나이를 먹을수록 산은 얼마나 그리운가

언젠가 저 넉넉한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음은

또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만만찮은 이 세상 살아낸 뒤엔

발길에 채이는 뼈다귀처럼

함부로 구르지 않았으면 좋겠네

내 뼈다귀도 저 산에 묻혀

산을 떠받치고 하늘을 떠받치고

사람 사는 세상을 떠받치면 좋겠네

 

 

------정바름 시집 <사랑은 어둠보다 깊다> 에서